<위스키 추천> 최애이자 첫사랑, Cragganmore(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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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 | 2022-01-07 |
어쩌면 오르가즘의 순간보다 더 충만한. *찬호力이 없다면 *표를 쫓아가라. (Intro. 어릴 적 위스키를 좋아하지 않았다. 비싼 술이라지만, 처음 먹었을 때 기억이 좋지 않았기 때문. 오히려 중국술에 한동안 빠져있었다. 아마도 처음 마셨던 바이주가 맛이 좋았기 때문. 거기에 더해 백운변 5년 12년 20년산을 마시고서 아 중국술은 정말 깊고도 넓은 세계이구나. 숙성 정도에 따라 맛의 차이가 크고 게다가 20년은 말해 무엇하랴. 아직도 나의 최애술 리스트 최상위엔 백운변 20년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3년전, 백운변 20년이 최애술에서 밀려버린 일이 발생하고야 말았다.) <첫번째 기억> 집근처에 유심히 보던 가게가 문을 닫았다. 창 너머엔 집기들이 그대로 있었고 몇달이 지났나. 늦은 밤 집에 돌아가다, Nirvana라는 간판이 눈에 뛰었다. 바였다.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열반이라니! 부다를 좋아하는 나아겐 구미가 당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bar라고는 딱히 가본적 없는 내겐 왜인지 조금 멀어보였다. 유리너머 보이는 그곳엔 어쩌다 한 두사람이 앉아 있을 뿐.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술이 당기는 날이었지만 혼자선 마시기 싫었다. 애니콜 친구가 있는 서울을 갈 정도로 원기가 넘치는 날도 아니었다. 마침 너바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한번 가보지 뭐 사람도 별로 없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분위기도 cozy했다. 위알못이라, 비정상회담의 타일러를 닮았지만 겸손해 보이는 주인장에게 위스키 추천을 부탁했다. 영어로. 대답은 한국말로 돌아왔다. Cragganmore 12! 유학생들이 자주 찾는 술이라고 했다. 스코틀랜드 유학생이 꼭 들여 놓으라고. 마셔봤는데 괜찮은 술이라며. 위알못이지만 웬만한 술이름은 꿰고 있는 내게, 크래건 모어? 뭔가 나의 느낌을 보고 맞춤으로 추천한 것인가 하는 착각?이 들기도 했다. *마셔보니 이게 뭐냐? 부드러운 데 꽃향기며 과일향이며 은은한 단맛이며 약간의 오일리함. 게다가 스파이시함과 약간의 피트까지.(당시 마스터는 위스키병의 술이 반 못되게 남았을 때 걋잔에 따라주었다) 위스키가 맛있는 술이야?! 십수년동안 위스키 불감증을 느꼈던 내가 홀딱 반해 버렸다. *맛은 맛대로 좋은데, 무엇보다 더 좋았던 것은 위스키가 퍼지는 느낌이 기가 막혔다. 어쩌면 섹스와 비견되는. 어쩌면 그보다 충만한 느낌이었다. 약간의 타격감을 지닌 위스키 원액이 오일리함에 감싸져 목구멍을 부드럽게 타고 내린다. 식도의 끝에 도착하는 순간 가슴 양 옆으로퍼지기 시작했다. 쇄골과 어깨쭉지 까지 따뜻한 기운이 쫙 펴졌다. 가슴이 열리고 어깨가 펴지는 듯 했다. 뒤이어 은은한 따사로움이 온몸에 가득해졌다. 섹스의 오르가즘은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순간, 오른쪽 신장 부근이 찌릿. 그중 손꼽히는 오르가즘은 저릿한 느낌이 척추를 타고 오른다. 최고의 기억은 등을타고 정수리까지 전해진다. 그 순간이란 나비족 머리의 촉수가 서로 연결되는 듯 하달까.(아바타에 나오는 나비족이 머리카락?의 촉수를 서로 이어서 연결 되는 순간 모든 기억과 정보를 한순간 보게되는. 아마도 그것이 최고의 오르가즘의 순간 너와 내가 하나되는 느낌 아닐까? 그 이후 크래건 모어는 첫사랑 위스키이자 최애술이 되었다. <두번째 기억> 첫사랑의 기억은 강렬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리커샵에 들렀다. 홍대 가자주류, 그의 향기도 자취도 찾지 못했다. 이태원이라면 있지 않을까. 이태원 4번 출구를 지나 가구거리를 걸었다. 트로이를 지나 버스정류장 근처 두평 남짓의 조그만 리커샵.(지금은 그곳은 사라져버렸다. 온전한 그를 처음 만났던곳) 7만3천원의 현금으로 그를 품에 안았다. 그를 가방에 고이 넣어 방배역으로 향했다. 목포에서 짜릿한 순간을 함께했던 이를 찾았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싱그러운 미소를 띠며 반갑게 나를 맞았다. 그는 회식으로 자주가던 횟집으로 나를 이끌었다. 아기자기 한 옥돌위에 놓여진 촉촉한 생선살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고이 모셔온 그를 꺼내어 실을 뜯고, 코르크를 따냈다. *차장님은 첫잔을 비우고 연거퍼 잔을 내밀었다. 온전한 그를 맛보는 순간 처음의 기억과는 달랐다. 알싸한 알콜향이 나며 상당한 타격감이 느껴졌다. 충만함이 가슴을 채우고 마음이 열렸다. 그러나 첫순간의 느낌은 덜했다. 차장님의 짧은 점심시간에 마시다보니 템포가 너무나 빨라서 였을까. 그래도 은은한 단맛이 깔끔하게 올라왔다. 한잔은생선살을 부르고, 다시 한잔을 불렀다. 그러다 반을 순식간에 비웠다. 차장님은 시계를 보더니 좋은 술이 있으니, 기왕마신 거 한병을 다 비우자고 했다. *마시다보니 그의 농밀한 맛이 느껴졌다. 꽃향기와 과일향기가 느껴졌고 아몬드 향이 적당한 오일리함과 함께 입안을 감싸며 은은한 단맛이 올라왔다. 그가 바닥을 보이면 보일수록 맛을 짙어졌다. 점점더 나를 깊숙히 끌어 당기는 듯 했다. 그리고 알았다. 술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비워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그맛을, 진가를 알게 된다고. 알딸딸한 취기가 올라올 쯤 그는 투명한 속을 완전히 드러냈다. 차장님은 노란 종이 두장을 손에 꼭 쥐어 주었다. 그 노란 종이는 온전한 그를 다시 맞이하게 해주었다. 온전한 그의 두번째 만남은 바로 그날, 한남동 제일기획 가는 길의 가자주류에서였다. <세번째 기억>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 이가 있었다. 그의 생일 하루전 생일 선물을 사러 서울에 들렀다. 마음에 담아뒀던 캄포마르지오 가죽필통은 가게 문이 닫혀 사지 못했다. (아쉬움은 기회가 되었다. 그는 학원 수학샘이었다. 생일이 지나고서 원목 그립이 덧데진 펜텔 샤프볼펜을 필통에 넣어 선물했다. 선물한 그날도 밤새워 술을 마시게 되었다.) 대신 다른 선물을 떠올려 보았다. 나의 최애를 선물 하면 되겠다. 그 맛을 함께 나누는 것이 어떤 무엇보다 의미있을 것 같았다. 그 순간을 함께 나눈다면 그에게도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되지 않을 까. 게다가 그는 미식가에, 주당이었니. 룸이 있을 공간에서 그를 만났다. 그 때가 그를 세번째 만났던 날이었다. 도자기 잔과 함께 크래건모어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와의 부딪히는 한잔 한잔에 가슴이 뛰었다. 그의 눈동자와 손 끝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부드럽고 촉촉한 안주가 되었다. *그는 연신 너무나도 좋은 술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받고 싶었덩 선물을 예상치도 못한 순간 선물 받는 것처럼. 그는 안주를 집어 내 입에 가져다 주었다. 심장은 또 그렇게 크게 뛰었다. 중간 중간 맥주로 뜨듯한 술기운을 내렸다. 그렇게 몇잔을 마셨을까. 크래건모어를 반 이상 비웠을 때였다. 이상하다. 내 몸은 전혀 취하지 않았다. 안주가 좋아서 였을까. 아니다. 취한건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다. 헤어나올 수 없는 그의 매력에 빠져 버린 것이다. 더 들어가면 나올 수 없을 거란 걸 알면서. 그 순간이 너무나도 좋았다. 용기를 내었다. 손을 뻗어 그의 손위에 나의 손을 슬며시 포겠다. 그는 손은 온기를 더하며 내손을 감쌋고, 눈동자엔 힘이 느껴졌다. 다시한번 용기를 내었다. 그의 옆에 앉았다. 몇잔을 더 마시고 혈관에 알콜기운이 확 퍼지기 시작했다. 입술을 그에게 가져갔다. 순간 그는 고개를 돌렸다. 당황스럽고 창피스럽기도 했지만, 그대로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점점 힘이 들어갔다.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새벽 4시를 넘겼다. 곧 문 닫을 시간이 되었다. 시간이 멈췄으면 했다. 아니 한 시간만이라도, 삼십분만이라도 순간을 같이 하고 싶었다. 밖으로 나왔다. 그의 손을 끌고가 같이 밤을 보내고 싶었다. 그가 나의 손을 잡아줬으면 했다. 그는 다른 술자리에 있던 친구의 연락을 받았다. 너무나도 아쉬웠다. 그의 친구가 미웠다. 그가 미웠다. 하지만 아쉬움은 다음 만남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 뒤> 그 뒤로도 몇번을 더 한남동에 들렀고, 남대문 주류상가에 들러 크래건모어를 샀다. 고작 1년이 지났는데 수년을 크래건모어와 함께 보낸 듯하다. 남대문에서 크래건모어 20년산 스페셜 에디션을 보았다. 일을 놓은 지금은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케스크스트렝스라 도수도 높고 더 진한 맛일텐데. 시간이 가져다 주는 부드러운 맛과 함께. 지금껏 크래건모어보다 부드럽고 다채로운 맛의 위스키를 만나지 못했다. 1년 새에 7병은 산듯하다. 맛도 맛이지만 가슴을 열어주는 그 느낌. 약으로 마셔도 될듯하다. 몸이 으슬으슬하거나 마음이 좁아질때면 크래건모어가 더 생각난다. **위스키 입문자에게 크래건모어를 추천한다. 섬세한 미각과 후각을 가진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다채로운 맛의 층을 벗겨가며 마셔보는 재미가 있다. 재밌는 점은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오크숙성인데 셰리숙성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욱이 업계의 저명한 위스키 전문가도 헛갈려하고, 이것을 글렌파클라스라고 했다는 점. 다만 뚜따했을때 알콜향이 조금 찌른다. 충분히 에어링한 뒤 마시길 권장한다. 주량이 된다면 한번에 한 병을 비워보길 추천한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에 조금씩 비우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안주는 약간의 신맛이 나는 과일, 담백한 생선회를 추천한다. 내경우인 어떤 안주든 좋았다. 안주없이 마시는 것이 가장 좋은 듯하다. 상온의 물은 술맛을 더 살게 하는 듯 하다. 에어링을하면 풍분히 부드럽고, 3분의2정도를 비우면 그때부턴 충분히 달달하다. *글의 제목이 어쩌면 과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미 위스키 고수이거나 강한 피트에 길들여져 있거나. 극한의 미식가닐지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게 다르고 몸에 맞는 걱이 다를 테니. 그래도 내가 느꼈던 것을 온전히 느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그 맛을 같이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마시고 또 마셔도 질리지 않을, 너의 최애술을 만나길 바라며. *oe 캄사유 이드페퍼 찾아서 마셔볼만한 가치가 있어 le 읽고 스크랩도 해줘서 고맙 소장님 감사해유~ *ev 구독료 캄사유. 글 재밌게 잘 읽어줘서 고마웡. 병영소주는 네이버스토어에서 가장 저렴한 걸로 사서 마셔봐. 병입일이 오래될수록 맛과 향이 살고 은은한 단맛이 더 잘 올라오더라구. +청명주도 네이버에 파는데, 그냥 이건 진짜 맛있어 캐릭터도 있고. si 고마웡 잘 읽어줘서, 지난 글 찾아서 확인까지 하고 댓글 쓰는 정성이라니 감동 안구에 파도가 회에다 먹었다니! 완전 찰떡 조합. 곡물 증류주가 생선의 맛과 겹치지 않고, 비린내를 덜나게 잡아준다 더라구 ja 읽어줘서 땡큐 zx 블로그까지 챙겨봐주고 고마웡 ta 이렇게 읽고 댓글까지 달아주는 고마우신 분 ch 읽어줘서 나도 고마워, 선생님? 공부하시는 분들은 웬만하면 위스키나 고도수술 좋아하는 듯 멋진 선생님이라니 나도 알고 싶다 그분 ge 마셔봐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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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에 보면 마셔바야겟따 | ||
이드페퍼 | 2022-01-08 | 답글쓴이 돈주기 ![]() |
스크랩 고마워언닝 | ||
le***** | 2022-01-08 | 답글쓴이 돈주기 ![]() |
병영소주추천해준언니맞지? 혹시나해서찾아보니언니맞네ㅎㅎ 다시보니그때글에위스키도썼었넹 병영소주택배로받아서잘먹고있어 회에다먹으면ㅜㅜ정말맛있당 위스키도꼭먹어보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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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 | 2022-01-08 | 답글쓴이 돈주기 ![]() |
병영소주 주옥같은 글을 쓴 글쓴이었군ㅋㅋ 위스키는 올해... 잘...먹도록 할게... 글 너무 좋다. 유주도 썼었네ㅋㅋ 맨날 사먹어봐야지 하고 까먹었는데 이번 설에 꼭 마셔봐야지 후후... | ||
ev****** | 2022-01-08 | 답글쓴이 돈주기 ![]() |
오우 먹어볼게 땡큐 | ||
ja****** | 2022-01-08 | 답글쓴이 돈주기 ![]() |
언니가 술 관련해서 쓴 글 다 조아 검색할 때마다 블로그도 같이 뜨던데 잘 보고 잇서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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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x****** | 2022-01-08 | 답글쓴이 돈주기 ![]() |
주당들에게 고마우신 분 | ||
ta***** | 2022-01-08 | 답글쓴이 돈주기 ![]() |
고마워! 멋진 선생님께 드릴 조은 선물을 찾았다! | ||
ch******* | 2022-01-08 | 답글쓴이 돈주기 ![]() |
먹어봐야겠다 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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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 | 2022-01-08 | 답글쓴이 돈주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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