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과일가게(52) | |
---|---|
보패 | 2019-08-16 |
내게는 5년 넘게 다니고 있는 단골 과일가게가 있다. 하지만 그곳 주인은 내게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인사를 해도 무시하고, 얼마요 하고 말도 않는다. 웃지도 않고 눈도 안 마주친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또 오세요, 같은 멘트는 한번도 못 들어봤다. 나이는 내 아버지보다 몇 살 위로 보인다. 5년 넘는 세월 동안 그 양반과 말을 섞은 걸 시간으로 따져보자면 1분도 안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 중 50초는 거의 나 혼자 떠들었고. 이젠 나도 그 양반과 똑같이 한다. 오늘도 바구니를 집어 과일을 골라 담고 말없이 돈과 함께 내밀었다. 그 양반은 말 한 마디 않고 검은 비닐봉다리에 과일을 담아 거스름돈과 함께 쑥 내밀고는 내가 받아들자마자 뒤도 안 돌아보고 안쪽으로 들어가 텔레비전 앞에 거의 눕듯이 기대어 앉았다. 인상이 뭐랄까... 제사상에 올리는 황태포 닮았다. 이렇게 싸가지 없는 주인양반과는 반대로, 가뭄에 콩나듯 가게를 지키는 그의 아내는 지나치게 친한 척을 한다. 어디 살아요? 자취해요? 아 요새는 XX가 달고 맛있어, 먹어봐요. 몇 살이에요? 학생? 회사원? 호호호. 집요하게 말을 걸어오는 통에 이 아줌마 뭐야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요 아줌마. 삼천원어치 샀는데 너무 그렇게 공손하게 인사하지 마시구요 흑흑. 하여간 이 부부는 중간이 없다. 냉동창고와 불한증막 같다. 존나 극단적인 이 과일가게를 단골집으로 삼은 이유는 맛있어서다. 어쨌거나 여기 과일은 달다. 서비스 정신 그딴것보다 과일의 당도(糖度)가 중요하다. 여기선 한 번도 꽝에 걸린 적이 없다(바람 피우듯 어쩌다 다른 곳에서 사면 꼭 꽝에 걸린다). 뭐, 그리고, 뜨내기든 단골이든 학생이든 할머니든 모든 손님을 소 닭 보듯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아무렇지도 않다ㅋ. 만인에게 평등한 싸가지. 오히려 요즘엔 좀 편하기까지 하다. 한국인의 정(情) 따윈 좆까세요 시발 말 걸지 마 빨리 사고 꺼져 나 테레비 봐야 돼. 하는 듯한 태도가 이젠 싫지 않다. 게다가 여긴 모든 과일을 1-2개 소량으로도 판매한다. 모든 과일의 개당 가격이 적혀있음은 물론이다. 말 걸면 죽일 거다 라는 의지가 느껴지는 거친 필체로. 손님이 천 원짜리 사과 한 알을 사든 선물용 특상 한 상자를 사든 심드렁한 접객(?)은 똑같고. 그래서인지 이 동네에 혼자 사는 사람들은 여길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여름철엔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과일가게에 들러 복숭아를 한두개씩만 사 와서 내 방 작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후숙(後熟)을 시킨다. 복숭아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은 정물화 같다. 사온 지 3일, 2일, 1일 된 복숭아를 날짜순으로 조로록 놓아두고 아침저녁으로 살며시 들어올려 킁킁 냄새를 맡는다. 아무리 먹고 싶어도 복숭아의 엉덩이골에서 달콤한 냄새가 폴폴 풍길 때까지 기다린다. 조금 더 욕심을 내서, 어 이거 좀 위험한가 물러지려나 그럼 안 되는데... 아슬아슬하다...싶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차게 해서 먹으면 꿀맛이다. 이렇게 시시껄렁한 데에서 쪼끄만 스릴을 만끽한다. 나의 여름철 도락 중 하나다. 문학관에 올린 요리 레시피 보러 갈 사람? 집밥 아ㅡ트 레시피 (2) 수육 大특집 https://m.idpaper.co.kr/book/view.html?workSeq=2785 |
|
글쓴이 돈주기 ![]() |
아씨 귀여워 | ||
ho***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나는 아는 척 하는 집 싫어 슈퍼든 분식집이든 미용실이든 옷집이든 |
||
바질칼국수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ㄴ나두 그래. ㅋㅋ | ||
보패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언니 브로콜리랑 당근이랑 저 샐러드 진짜 신박해 보이는데 혹시 양념 어찌 하는지 갈쳐 주면 앙대남 나 브로콜리 밑둥까지 먹고 싶은데 잘 안됨.. |
||
바질칼국수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글 잘쓴다 | ||
뻐큐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삼복만끽 끝내준다 보패짱 |
||
진미오징어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역시 복숭아는 후숙...!!! | ||
wo******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주인부부 반대형질인가바 | ||
ba********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접객이 심드렁해두 조아.. 과일맛만 잇다면...!! | ||
wo******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재밋다ㅋㅋ | ||
'o'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한개씩 후숙하는거 개기욥다 | ||
rl*******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왜 글도 잘 써? | ||
오함마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맛있겠다ㅠ | ||
tr******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주인장 아저씨 21세기 서비스에 대해 최소 뭘 좀 아는 분이다. | ||
Tu*****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쓸때없이 말 많은 아저씨보다 차라리 저런 태도가 낫다는 생각이 든다 ㅋㅋㅋㅋㅋ | ||
kx***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언니글 재밋어ㅋㅋ 하루키 수필같다 | ||
삐카삐카츄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말걸면죽일거다 의지가 느껴지는 필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
chuchunist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그러니까 말야 왜 글도 잘써 |
||
me****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아이씨 글 너무 잘써. | ||
히읗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귀여워 | ||
sevensoun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언니 복숭아 후숙할 때 냉장고에 넣지 말아야해?? 나 지금 말랑 복숭아 한박스 배달 왔는데 이거 밖에 꺼내놓고 달큰한 냄새 날 때까지 뒀다가 먹어야합니까??? 왠지 맞을 꺼 같아서 냉장고에서 다시 주섬주섬 꺼냄 |
||
복숭아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후숙은 꼭 실온에서임? 냉장고에선 안되는 건가 | ||
li****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흐흐 좋당 | ||
Bm***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ㄴㄴ 응 복숭아를 비롯해 키위, 멜론, 아보카도, 바나나 등 수확 후에도 익는 과일은 상온에서 후숙해야 해. 복숭아는 냉장고에 넣으면 후숙 안 돼. 냉장고에 오래 두면 향기가 사라지니까 후숙 잘 하고나서 차게 해 두는 용도로만 몇 시간 넣어두고 얼른 먹기. | ||
보패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바질칼국수 언니. 사과식초, 소금, 다진마늘, 레몬즙, 백후추•설탕•프락토올리고당•파슬리 가루 소량, 물로 만든 드레싱 베이스를 넣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또는 참기름을 추가해 버무린 후 잘 빻은 견과류를 듬뿍 넣어 슬쩍 섞으면 완성이야. 브로콜리 줄기는 씹는 맛이 남아있게 데치기. |
||
보패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글 진짜 좋다!! 나도 복숭이 사러가야짓!!^^ |
||
sp*****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님 글 왤케잘씀? 설마 글쓰는게 직업?! | ||
it********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보패언니 예술가야 https://m.idpaper.co.kr/book/view.html?workSeq=349&page=1&workType=&sortType=1&schTitle= 이거 좋아 |
||
복숭아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저 아저씨가 왜 싸가지 없는건지 모를... | ||
lubinghua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저 아재에게서 나와 같은 동류의 향이 풍긴다. | ||
opiana2676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와 언니 과일 사는걸로도 문학을 하네 | ||
wj******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글도 진짜 잘쓴다 | ||
vg***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ㅋㅋㅋ 재밋다 | ||
vi*******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장사하는데 안녕하세요, 안녕히가세요 인사조차도 안하는거면 싸가지없는거 맞지 ㅋㅋㅋ 그나저나 과일가게 맛있다면 궁금하다 |
||
he********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아 영업당했엌ㅋㅋㅋㅋㅋ 집밥아ㅡ트 보러갑니다 총총 | ||
jj*********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왜 진짜 글도 잘쓰는것. | ||
KF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재밌다ㅋㅋㅋ | ||
lu****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글좋다 매력적이아 ㅎㅎ | ||
na*****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우롱차는 어디서 사십니꽈 | ||
mu**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언니 진짜 글 잘쓴다 바람피듯이 라니 요리든 글이든 맛깔나네 |
||
도토리자매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동네 마트 캐셔 아줌마가 내 적립번호랑 이름 외우는 순간 그 아줌마 피하고 싶어짐 | ||
ki*****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맛있는게 최고야 | ||
emi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행복한 글 고마웡! | ||
my****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mu** 언니. 우롱차는 일본 마트에서 사 와. 중국 찻잎으로 만든 걸 일본의 차 전문 브랜드가 수입해서 포장해 파는 제품인데 찬물에도 잘 우러나고 떫은 맛도 적고 가격도 합리적이야. 아마존에서 찾은 링크 남긴다. https://www.amazon.co.jp/%E7%83%8F%E9%BE%8D%E8%8C%B6-%E4%BC%8A%E8%97%A4%E5%9C%92-%E3%82%A6%E3%83%BC%E3%83%AD%E3%83%B3%E8%8C%B6-%E3%83%86%E3%82%A3%E3%83%BC%E3%83%90%E3%83%83%E3%82%B0-54%E8%A2%8B/dp/B00DE5YW02/ref=mp_s_a_1_3?keywords=%E3%83%AA%E3%83%BC%E3%83%95%28%E4%B8%AD%E5%9B%BD%E8%8C%B6%29&qid=1565967574&s=gateway&sr=8-3 |
||
보패 | 2019-08-16 | 답글쓴이 돈주기 ![]() |
ㄴ우왕 친절한 보패언니 감사감사 ㅎㅎ 요리사진 침흘리며 잘보고 있엉 언제나 응원한다!!! |
||
mu** | 2019-08-22 | 답글쓴이 돈주기 ![]() |
와 글잘쓰네 잘봄 ㅋㅋ | ||
hy****** | 2019-08-22 | 답글쓴이 돈주기 ![]() |
언니 소설 써라 ㅎㅎ재밌다 ㅋㅋ | ||
bo** | 2019-09-26 | 답글쓴이 돈주기 ![]() |
부타동 위에 노란색은 뭐랴? | ||
ki**** | 2019-09-26 | 답글쓴이 돈주기 ![]() |
재밌다 시각도 독특하고 좋아 나도 잘가는 가게에서 아는척 하면 담날부터 안감 이건 초등때부터 그랬는데 40대인 지금까지 그래 관계회피형인가봐 |
||
bo**** | 2019-09-26 | 답글쓴이 돈주기 ![]() |
ㄴㄴ 부타동 위에 노란색은 달걀노른자. 얹었는데 고기 틈새로 새어나가더라. 사진 찍을 때 보니까 밥에 스며들고 흔적만 남았음. |
||
보패 | 2019-09-27 | 답글쓴이 돈주기 ![]() |
언니 집밥볼때마다 알뜰하니 과일이 항상 있어서 궁금했는데 이런 사연이 있었구만 그과일가게 참 매력있네 가보고싶다 |
||
le******* | 2020-05-23 | 답글쓴이 돈주기 ![]() |
글 잘쓴다 | ||
su | 2020-05-23 | 답글쓴이 돈주기 ![]() |
사업자번호: 783-81-00031
통신판매업신고번호: 2023-서울서초-0851
서울 서초구 청계산로 193 메트하임 512호
(주) 이드페이퍼 | 대표자: 이종운 | 070-8648-14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