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치알디니의 <초전설득>으로 알아본 BTS가 유튜브를 통해 성공하게 된 이유(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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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 2019-04-14 |
최근에 로버트 치알디니 교수가 쓴 <초전설득>이라는 책을 읽었어. 다 읽지는 못했고 지금 읽고 있는 중인데, 초반부 쯤을 읽다가, 내가 어떻게 BTS에 입덕하게 되었는지 그 기전을 알게 되는 내용이 있었어.ㅎㅎ 저 내용을 읽다가 내가 BTS에 입덕하게 된 계기를 깨닫게 되었다는게 좀 웃기긴 한데, 책 내용을 읽다보니 아이돌 알못이었던 내가 심리학적으로는 입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던 것 같아. 그 내용을 조금 요약, 설명해볼게ㅎㅎ ======= 초전설득이란, 본격적인 설득 전에 이루어지는 작업을 의미하는데, “초전설득”(pre-suasion)을 위해 미리 상대방의 주의를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상대방이 주의, 초점을 맞추는 대상에 중요성과 인과성을 부여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 책의 내용을 시작한다. “당신이 그것을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것 외에 어느 것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삶에서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집중하게 되는 대상에 더 높은 ‘중요성’을 부여하게 된다는 “초점 착시(focusing illusion)”효과 혹은 “초점효과”를 설명하면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이 한 설명이다. 우리는 우리가 집중하게 되는 대상에 더 높은 ‘중요성’을 부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대상에 ‘인과관계’를 부여하게 된다고 한다. 즉, 어느 상황에서든 특정 대상으로 유도된 주의는 처음부터 그 대상을 특별히 중요하게 만들어, 그 대상은 본질적인 원인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초점의 대상이 곧 원인이 되는 현상(what’s-focal-is-presumed-causal phenomenon)’과 관련해서 사회심리학자 셸리 테일러Shelly taylor 박사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박사는 여러 관찰자들에게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들려줬는데, 대화 내용은 두 사람의 입장이 동등하도록 사전에 매우 신경을 써서 작성된 것이었다. 이후, 실험 과정에서 관찰자 중 일부는 한 사람의 어깨너머로 반대편 사람의 얼굴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대화를 들었고, 나머지는 두 사람의 얼굴이 모두 잘 보이는 곳에 앉아 실험에 참여했다. 일부 관찰자는 한 사람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어깨너머로 볼 수 있는 관점에서 바라본 반면, 다른 관찰자들은 두 사람의 얼굴을 옆에서 바라본 것이다. 모든 관찰자에게는 어조, 내용, 방향에 기초해 누가 토론에 더 많은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도록 했다. 그 결과는, 얼굴이 더 잘 보이면 그가 누구든 그 사람이 토론에 더 많은 영향력을, 즉 인과력을 미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위와 같은 결과는 테일러 박사가 실험을 연습하는 과정에서 미리 예견가능했다고 한다. 그녀는 대화를 나누는 연구 조교 2명의 관계가 정확하게 균형을 이루는지를 확인하게 위하여 실험에 사용할 대화를 미리 연습시켰고, 돌아가면서 한 명씩 각 조교의 등 뒤에 서서 대화를 지켜봤는데, 자신과 얼굴을 마주한 조교에게 유독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 한다고 나무라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녀가 여러 번 조교들을 꾸짖자 다른 각도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동료 2명은 “이 조교들은 균형있게 토론을 진행하고 있어, 테일러 박사.”라고 오히려 그녀를 진정시켰고, 이 때 그녀는 실험의 성공을 확신했다고 한다. 즉, 어떤 시도를 했느냐와 상관없이 실험 참가자는 자신에게 가장 잘 보이는 사람이 가장 큰 인과력, 즉 원인으로 작용하며 영향력도 그에 걸맞게 크게 행사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던 것이다.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얼굴만 비추는 카메라 각도는 어느 쪽이 시각적으로 더 중요한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범죄수사과정에서 용의자의 진술을 녹화한 영상이 이후 검사, 판사, 배심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에도 나타나는데, 최근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래시터가 진행한 실험을 보면, 카메라가 용의자를 향하고 있을 때 그 녹화 영상을 보는 사람은 자백(더 큰 혐의)에 대해 더 큰 책임이 용의자에게 있다고 추정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놀라운 것은 관찰자가 남성인지 여성인지, 학생인지 성인인지, 지적인 수준이 높은지 낮은지, 카메라 각도의 잠재적인 편향효과에 대해 아는지 모르는지 등과는 상관없이, 더 나아가 일반 시민, 법 집행 종사자, 형사재판 판사 모두에게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카메라 각도가 야기하는 부정적인 효과는 너무 강력해서 카메라 각도를 아예 변경하는 것 외에는 제거할 방법이 없었고, 실험 참가자에게 용의자와 수사관이 잘 보이도록 옆에서 촬영한 영상을 보여줬더니 비로소 그러한 편향성이 없어졌다고 한다. 한편, 카메라를 용의자 뒤로 옮겨서 수사관의 얼굴을 중심으로 같은 내용의 대화를 촬영하고, 이를 보여주자, 관찰자들은 대부분 옆에서 촬영한 영상에 비해 수사관이 강압적으로 자백을 강요한다고 답변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로버트 치알디니는 “만일 당신이 속거나 허위로 유죄를 입증하는 말을 하도록 압박받을 경우, 외부 관찰자가 이러한 속임수나 압박이 자백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수사과정에서 녹화 카메라가 있는 쪽을 파악하여 의자를 움직여 당신의 얼굴과 질문자의 얼굴이 함께 카메라에 잡히도록 위치를 잡는 것이다. 재판에서 당신에게 불리한 ‘초점의 대상이 곧 원인이 되는 현상’을 허용하지 말라.”라고 조언하고 있다. ======= 위 내용도 솔직히 소오름이었어. 카메라의 위치에 따라서 유무죄가 결정될 수 있다니. 근데, 저 내용을 읽고 나서 좀 있다가 심심하길래, 유튜브로 BTS 신곡 뮤비 영상 등등을 보게 됐는데, 무릎을 탁!!치게 된거지. 왜냐면, 내가 BTS에 입덕하게 된 계기는, BTS 안무영상, 뮤비, 라이브영상 등을 본 것도 있겠지만, 가장 큰 영향을 미친게 팬들의 리액션 영상을 본 거였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리액션 영상은 팬들이 BTS 영상을 보면서 보이는 리액션들을 담은 영상이었는데, BTS의 음악, 춤, 패션, 외모, 행동 하나하나에 감탄하고 환호하고 기뻐하고 놀라워하는 모습들을 담은 거였어. 아래 링크ㅋㅋ https://youtu.be/l9mBuuzMF5k 그 리액션 영상들을 보면, 우리는 작은 화면으로 BTS의 영상을 보고, 그 밖의 큰 화면으로는 BTS의 영상을 보고 환호하는 팬들의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이런 리액션 영상을 하나 보고 나면 관련 영상으로 다른 리액션 영상들을 계속 추천주는 유튜브를 통해 지속적으로 리액션 영상들을 보게 되고, 어느새 BTS는 중요한 인물, 환호와 기쁨 엔돌핀의 원인, 초점의 대상이 되어 있는거야. 그래서 없던 호기심과 관심이 생기고, 얘네를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팬들이 늘어날 수록 리액션 영상도 더 다양해지고 많아지고, 또 그걸 보는 팬들이 많아지면, 그 팬들은 초점의 대상인 아미와 BTS에 대해 더 빠지게 되는 것 같아. 소위 잘나가는 유튜브나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도 이런 내용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 같더라고. 티비에 여러 패널들 중에 한명으로 나와 방송을 하는 것보다 1인 티비로 자신만 화면에 나와 방송을 하는게 더 초점이 맞춰져서 그 유튜버의 말이 더 중요하게 느껴지고, 더 영향력 있게 여겨지고, 그러다보면 더 파급력이 생기고. 하여간, 이 책 계속 읽고 있는데, 재밌는 내용도 많고, 유익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어려운 내용도 있지만, 천천히 읽다보면 내용이 꽤 좋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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