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세운 목표 중 하나ㅡ30살 전에 1억 모으기ㅡ에 주력한 뒤로 나름 성과가 대단하다. 지난주 화요일부터 지금까지 지출이 0원이다. 재택근무를 하느라 식비도, 교통비 마저도 나가지않았다.
오히려 수,목,금,토,일 매일 수입이 있었다. 소소한 주식 익절, 알라딘 중고서점, 당근마켓, 백화점상품권 현금교환(수수료가 9퍼센트!) 등으로 꽤 적지않은 돈을 통장에 넣었다. 월요일에 산부인과와 치과에 들러야해서 모두 나가게 될 돈이지만 이마저도 없었으면 지난 달 카드값에 더해 월 수입보다 월 지출이 더 클 뻔 했다. 그동안 과소비하며 살아온 습관덕에 치르는 값이 톡톡하다. 얼른 월급의 80%를 저축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무튼 요즘 돈덕질에 한창이라 당근마켓이 너무 재미있다. 살림이 거덜날 판이다. 집에 있는 모든 것을 팔고 있다고해도 과언이다. 응 그건 과언이다. 집에 있는 물건 중 또 팔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눈에 불을켜고 있긴하다. 올린 게 모두 제 값에 팔리면 이백만원 정도가 될 것이다. 내심 기대하고 있다.
당근마켓을 하던 중 한번은 이런 적이 있다. 내가 5만원 정도 하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5천원에 올리자 곧 구매자가 여럿 나타났다. 그 중 내 퇴근시간에 맞춰 집 근처 지하철역에서 만나자는 구매자와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그날따라 일이 너무 바빠 알람을 맞춰놓은 것도 못듣고 있다가 구매자가 보낸 “도착했습니다.” 문자에 허겁지겁 우당탕당 “5분안에 갈게요!”하고 달려나갔다. 그와중에 너무 죄송해서 서랍을 열어 눈에 보이는 개별포장 KF94 마스크 5개와 마스크 스트랩 5개를 쇼핑백에 함께 담아갔다. 그렇게 거래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데 내가 판 것보다, 덤으로 준 것들 값이 더 클 것 같아 씁슬한 마음이 들었다. 너무 마음이 급해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다. 그 뒤로는 직거래 전 알람도 여럿 맞춰놓고 1시간 전, 30분 전부터 계속 신경쓰고 대기하고 있다. 그 덕에 항상 약속시간보다 10분씩 먼저 도착하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상대방도 그 시간에 맞춰 도착하여 빠른 거래가 이루어진다.
지금은 본가에 와있는데, 여기서도 내가 안입는 멀쩡한 옷들과 책들이 보여 당근마켓에 싸게 올렸고 벌써 2건의 거래를 했고 3건의 거래가 예정되어있다. 옷을 사진찍어 올리고 구매의사가 있는 사람과 대화하며 구매를 유도하고, 질문에 답을 해주고, 포장하고 다려서 전달하는 과정이 너무 너무 재미있다. 소소하게 현금이 쌓이는 것도 너무 재미있다. 지난 달 카드값 때문에 월급이 통장을 스쳐 이번 달도 신용카드를 쓰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데, 당근마켓 덕분에 드디어 체크카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당근 거래를 하러 예전에 살던 아파트 놀이터를 지나치는데, 눈에 익은 여자애 둘이 벤치에 앉아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설마하고 들여다보니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심지어 같이 모여다닌 친구 둘 이었다. 나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내가 다가가도 친구들은 나를 못알아보다가 2초가 지나자 와락 껴안아주었다. 우선은 당근을 해야한다고 짧게 인사하고 떠난 뒤 다시 만나서 왜 한겨울에 밖에서 뭘 먹고 있느냐고 물어봤다. 내 친구들은 아직 대학생인데, 스터디카페에서 음식물 섭취가 불가능해서 그렇다고 했다. 집이 5분 거리인데 왜 집에서 먹지않는지, 식당이나 편의점은 왜 안가는지 궁금했지만 그냥 입을 꾹 닫고있었다. 오랜만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곧 헤어졌다.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항상 편하고 재미있다. 평소에는 중요하게 생각하지않다가도 이렇게 오랜만에 만나면 그 귀한 값어치가 와닿는다.
오늘 한 거래 중 1개는 아디다스 트레이닝복 세트(저지&팬츠)를 만원에 판 것이었는데, 구매자분께 하자는 없으나 사용감이 있어 싸게 판다는 점을 미리 언질했음에도 이후에 사용감이 심하다고 메시지가 와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머리카락도 붙어있다고 해서 죄송의 회신을 했다. ‘싼 가격에 올리니까 이정도는 감안하겠지.’ 널널히 생각하고 꼼꼼히 물건을 살펴보지 못한 나를 되돌아보게되었다. 앞으로는 받는 사람 기분좋게 잘 해야겠다. 나와 한 거래가 불만족스럽다고 하니 기분이 너무 별루엿다.
당근마켓하며 얻은 좋은 것들 중 하나가, 바로 돈의 소중함이다. 살 때에는 비싸게 주고 샀는데, 되팔때는 훨씬 덜 받아야하니 물건을 살 때 여러번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사면 몇번이나 쓸지, 되팔때 얼마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등 생각하면 소비가 줄어진다. 돈을 쓰는 것은 쉽지만 버는 것은 어렵다는 걸 몸소 깨닫는 것이다. 회사다니며 월급을 받는 것보다, 회사 밖에서 돈을 벌어보려하니 훨씬 돈 벌기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여자 옷을 팔다보니 큰 사이즈의 옷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빅사이즈 여성의류는 블루오션인 것 같다. 관심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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