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하는 빨간 할머니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위아래 새-빨간 옷을 입은 검은 머리의 젊은 할머니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그녀는 6인용 책상 왼쪽에 앉아 팔꿈치를 직각으로 들고는 주먹 쥔 손으로 입을 가려 하품을 하고 있었다. 그 작은 손은 얼굴의 반을 덮었기 때문에 정말 하품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빨간 팔꿈치와 대비되는 하얗고 생기 없는 얼굴 속 눈이 꼬옥 감겨있었기에 나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그 풍경을 응시하며 내가 옆 자리에 앉을 때 까지도 할머니는 자세에 미동이 없었다. 내가 책을 세 페이지나 읽어넘긴 후에도 그랬다. 여전히 주먹쥔 손을 입으로 가리고 눈을 꼭 감은 그 모습이었다. 잠시 세상이 멈춘건가? 생각하며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돌렸는데 같은 책상의 맞은 편 앉은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그 심오한 표정은 나와 같은 생각인 듯 보였다. 나는 재빨리 입을 앙 다물어 웃음이 삐죽 새나오는 것을 막았다. 그대로 고개를 떨구자 시야에 빨간 꿈틀거림이 담긴다. 한줌의 사랑스러움이었다.

작품 등록일 : 2019-07-25
아름다워
화이트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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